출산까지 있었던 일들을 시간 흐름대로 정리해본다.

드디어 출산을 했다.
1/31/2025
36주 되었을 때 산부인과 정기검진에서 양수량이 부족해보인다는 진단을 받았다.
초음파를 보더니 대형병원에 가서 태동검사를 진행하라는 소견서를 받았다.
2/4/2025
그렇게 4일동안 2번의 태동검사와 초음파를 진행하고,
당장 수술을 하자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병원에 입원해 제왕절개를 진행했다.
미국에서는 제왕절개를 C-Section 이라고 부르는데
제왕절개 비율이 50%에 달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제왕절개를 선택할 수 없다.
무조건 자연분만, 진통이 오지 않으면 유도 분만을 진행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내려오지 않거나 응급인 상황에서만 제왕절개를 진행한다.
나는 진통도 겪지 않고 무조건 제왕절개를 해야하는 상황이라
출산 병원에 바로 스케줄을 잡고 입원을 했다.
2/5/2025
남편 회사에 가서 바로 픽업을 하고 집에 가서 마지막 샤워를 하고.
출산 가방을 가볍게 둘러 싸매고 병원으로 향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알고있는 차병원에서 출산을 했는데,
이곳에는 분만실에도 병동에도 한국 간호사분들이 많았다.
IV 주사를 놓을 혈관을 잡고, 주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하고
혈액형 검사와 이런 저런 피검사를 진행하고.
분만 대기실 같은 곳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labor&delivery 3층)
그리고 다음날 아침
2/6/2025
마취과 의사가 와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하고 수술에 대한 안내 이후 수술실로 이동,
앉아서 척추에 마취 바늘을 꼽고 차가운 느낌이 드는지 확인을 하고 다시 누웠다.
(척추 바늘이 많이 아프단 소리를 들었는데, 그렇게 아프진 않았다.)
그리고 베드에 눕혀주고 목 아래로 커튼을 쳤다.
슬슬 다리 느낌이 마비되고, 으슬으슬하게 추운 수술실에서 제왕절개가 시작됐다.
수술 준비를 다 마친 후에 남편이 들어올 수 있어서 그제서야 남편 손을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산소 호흡기도 같이 달고 있었는데 손 잡아달라는 말을 한번에 못알아들어서 몇번을 얘기했다.
그리고 10분 정도 배 쪽의 어떤 압박이 느껴졌다. (수술시 통증은 안느끼는데 압박은 느낌)
약간 덜컹 덜컹 하는 느낌이 들 때 갑자기 숨 쉬기가 편하면서 뭐가 쑥 빠졌다.
마취과 의사가 남편한테 지금 아기가 나왔으니 봐도 된다고.
남편은 그 순간 나의 수술 자국(장기들이 배밖에 나와있는 모습)과 보라색 아기를 보니, 갑자기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 쳐다보지 못했다고.
아기가 나오고 한 1분 지났을 즈음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안도감에 눈물이 나오고
남편을 불러 아기 후처치를 했다. (탯줄 자르고 등등)
그리고 다시 남편은 나한테 왔다.
간호사들이 아기 이동할 때 남편도 같이 가야한대서 그때 남편은 따라 나섰고
나는 수술방에 남아 수술 후처치를 했다.
긴장이 풀리고 숨도 잘 쉬어져서 반 수면상태로 있었다.
중간중간 마취과 의사가 괜찮냐고 물어봤다.
30분~1시간 흘렀을 즈음 이동을 했다.
회복실 같은 곳에 있었는데, 옆에 아기 침대는 빨간 조명이 비추고 있었다.
아기가 저혈당(low sugar)이 있으니 바로 분유를 먹여야된다는 간호사 말에 모유수유(breast feeding)도 못하고 바로 분유를 먹였다.
안아주고 먹이는데 이 쪼그만 아이가 내 몸속에서 나왔다니. 믿겨지질 않았다.
약 1-2시간 정도 내 마취가 잘 풀리는지 발을 움직여보는 등, 아기 바이탈도 체크하고 우린 입원실이 있는 7층으로 이동했다.
엄청 큰 입원실, 베드가 두개 있었는데 하나는 내꺼 하나는 남편용이라고 한다.
아기는 플라스틱 침대 같은 곳에 담겨져 있었고,
속싸개만 두르고 있었다.
간호사가 찾아왔고 이런 저런 검사를 하고
아기는 백신을 맞았다. B형 간염
출산의 하루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고
훗배앓이의 고통이 찾아올 걸 모른채 잠이 들었다.
'미국 해외생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출산 일기, 제왕절개 후 3박 4일 차병원 입원 후기 (4) | 2025.04.02 |
---|---|
미국 출산 일기, 엘에이 차병원은 병원밥이 어떻게 나올까? (2) | 2025.03.15 |
미국 LA 일상, 나만 몰랐던 에레혼(Erewhon) 그래놀라 (6) | 2025.01.28 |
길고 길었던 라스베가스 CES 출장 (3) | 2025.01.16 |
미국에서 신혼부부가 해먹는 집밥 (2) | 2024.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