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가 한눈에 보이는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
(프랑스 여행 - 마르세유 이야기)
날씨가 맑던 10월 마지막 날☀️
기분이 좋아 낮에만 만보를 넘게 뷰포트 근처를 걸어 다녔다.⚓
대성당 갈 때만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갔고 나머지는 계속 걸어 다녔는데,
간만에 비가 오지 않아서 참 행복했다.
계속 뒤집어지는 우산을 쓰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니 흐흐.
낭트에서 12유로 주고 산 빨강 3단 우산은 이미 낭트 강풍에 뒤집히고 부러진 지 오래였기 때문.
(기어이 그 우산을 네덜란드, 파리까지 가져가서 부러진 채로 쓰고 다님.
다시 12유로 주고 쓰레기 같은 우산을 사고 싶지 않다는 굳건한 의지)
허나 걷는 것도 여기까지. 노트르담 성당이 딱 봐도 언덕 위에 있는 걸 알 수 있다.
마르세유에 가기 전에는 여기가 언덕이 이렇게 심한 줄은 몰랐다. 마르세유는 언덕과 계단의 집결지다…
낮에 전동 킥보드 어플 라임 패스를 결제한 이유도 사실은 노트르담 때문이었다.
라임 어플 주차 가능 구역을 보니 노트르담 바로 입구까지도 자전거 주차 구역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숙소에서 든든한 간식을 먹고, 노을 지기 2시간 전 라임을 타러 나왔다.🚲🛴
이전 글 보기 - [해외 여행/프랑스] - 마르세유에서 전동킥보드 타고 뷰포트(Vieux Port) 구경하기
마르세유 오는 기차에서 들었던 노래 ‘Le temps des cerises’를 무한 재생하며 전동 킥보드를 타고 씽씽 달렸다.
언덕에서 힘차게 오르는 전동킥보드를 타는 맛이란. 아주 짜릿해!!!
노트르담까지는 생각보다 거리가 있어서 10분 이상을 탔던 것 같다.
구글맵에서는 걸어서 20분 떴는데 개구라네. 내가 걸었으면 30분 넘게 걸렸을 거다.
중간중간 라임 주차장을 확인하면서 조금 대로변에 주차를 하고 성당까지 걸어갔다.
노트르담은 언덕 of 언덕인지라 계속 올라가야 했다.
큰 관광버스가 지나다니는 도로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사이사이 산책로가 있어서 올라가다 보면 마르세유 도시 전체를 볼 수 있었다.
열심히 올라가면서, 대성당 갈 때는 안 그랬는데 기분이 계속 오락가락했다.
기쁘면서도 울적하고 상쾌하면서도 답답한.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것은, 온전한 해방감을 느낌과 동시에 여행객으로서 찾아오는 외로움을 맞이하는 일이다.
덕분에 생각과 상상의 꼬리를 물어 혼자만의 세계에서 킥킥거리고 놀 수 있기도 했다.
그냥 무언가 웃기면 혼자 실실 대고, 무언가 슬프면 눈물도 흘리고.
노트르담 가는 길이 특히 그랬다.
글을 쓰는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냥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던 걸까.
지중해가 맞닿은 도시의 선이 빼곡하면서도 산맥이 보일 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고.
여러 감정이 들었던 곳이었다.
뷰포트에 빽빽하게 채워진 요트가 보인다.⛵
저게 마르세유 모습이구나.
혼자 생각하기를, 옛날 옛적 저 바다 너머로 굉장히 많은 적들이 쳐들어와서 이 높은 곳에 성당을 짓고 복잡하게 건물을 세워서
적들의 공격을 신호하고 주민들이 대피를 하지 않았을까.
저 너머의 산에서 보초 서고 있는 경비병들과 이 성당을 지키는 경비병들이 함께
저 작은 항구도시를 지켜왔을 것이라.
멀리 보이는 섬이 예쁘면서 황량하다. 범죄자들을 가둬놓기 위해 저 섬에 감옥을 지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감옥. 너무 역설적인 풍경이다.
섬으로 가는 왕복 여객선이 있었으나 굳이 가지 않았다.
마르세유 뷰포트를 등진 도시는 이렇게 생겼다.
조금 더 언덕진 모습. 사실 뷰는 여기가 더 예뻤다.
드디어 성당에 도착했다. 전동 킥보드를 주차하고도 20분 정도 걸어 올라왔던 것 같다. 풍경도 감상하면서 천천히.
노트르담 성당에도 대성당 못지않게 사람들이 정말 북적였다.
사진에 보이는 성당 꼭대기에는 황금색 성모 마리아와 하나님의 조각이 있다.
이 동상은 마르세유의 어부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의미가 있다.
마르세유 어디서나 이 성당 꼭대기를 볼 수 있기 때문.
역시나 비잔틴 양식의 성당이며 높이가 있는 만큼 성당을 층별로 둘러볼 수 있었다.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는 층도 있고, 기념품샵도 잘 꾸며져 있었다.
레스토랑은 오후 4시 반에 찾아갔을 때 마감이라고 해서 아쉬웠다.
커피 마시면서 석양을 볼 수 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이곳은 마르세유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고 바닷가 앞이라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분다.
해는 도대체 언제 지는 거야 하면서 반다나로 얼굴을 감싸고 손을 호호 불었다.
성당 위쪽으로 가면 전망대가 있어서 지중해 해안가, 마르세유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석양이 지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
기다리다가 너무 추워서 초를 키는 방으로 들어갔다.
애플페이로도 기부금을 받다니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성당에 들르면 가끔 초를 키는 편이다.
이날 찾아왔던 수많은 감정을 기도드리며 내뱉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초를 하나 켰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하나하나 얘기하기에 2유로는 턱없이 부족할 테지만,
마음 넓은 신이 잘 들어주시기를.
초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예쁘고 아름답다. 투명하게 흔들거리는 모습나도 그렇게 춤추고 싶다. (응?)
본격적으로 해가 지기 시작한다. Le temps des cerises를 무한 재생하며 바닷가를 멍하니 바라봤다.
https://youtu.be/V9JXSsdDSsk?si=cEIZ5GPM_-cLS2A6
해가 지면 금방 깜깜해지니 석양시간에 맞춰서 슬슬 내려왔다.
내려오면서도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풍경.
왔던 길과는 다르게 내려가본다.
저 집들에는 엘리베이터가 하나도 없을 텐데,
거주하는 사람들은 안 힘드려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나 있던 라임 자전거를 누가 예약해 버려서 꽤나 아래까지 걸어 내려왔다.
라임 전동 킥보드를 다시 타고 시내로 왔다.
마르세유가 속한 지역 도청이 가는 길에 있었는데 오 멋있어.
앞에 작은 폭포같이 물이 흐르고 있었다.
저녁은 또 무엇을 먹나 고민을 하다가 뇨끼집을 찾았다.
평점 4.9점은 못 참지. 가격도 10유로가 안되네? 무조건이지. 한국에서도 만원 아래 뇨끼집 못 찾는다.
https://maps.app.goo.gl/SNmY2wUC4B5iyXJD8
도착할 때 저녁 간판을 막 여는 듯한 가게.
조금 로우키한 느낌이었다. 조금 거친 사장님과 너무 착한 알바생의 조합.
내가 저녁 첫 손님이었는데 사장님이 개쿨하게 잠봉 몇 조각 주면서 와인이랑 먹으라며. 우응..Merci.
짧은 불어 실력으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는데,
사장 당신이 이탈리안이냐 물으니 당신 아버지가 이탈리안이라 하셨다.
어쩐지 구글맵 사진에 나온 사장님은 되게 늙어 보이셨는데.
나한테는 나이 물어보더니 자기 나이는 안 가르쳐줬다.그래서 내가 "뭐 40 먹은 건 아닐 거 아니야?"라고 반격했다.
아들램도 뇨끼를 잘 전수받았으려나.
스트릿 오픈 주방에서 쿨하게 감자를 갈고 반죽을 호로록 만지면서
둥글고 길게 밀고 퉁퉁 썰었다.
어떤 메뉴를 먹을까 하다가 사장 당신이 제일 추천하는 메뉴를 달라고 하니
뭐니 뭐니 해도 치즈 들어간 게 제일이라며 고르곤졸라 뇨끼를 추천해 줬다.
바로 반죽하고 후라이팬에 휙휙 하더니 금방 나오는 뇨끼.
뇨끼는 생각보다 오래 조리하지 않는구나 생각했다. 파스타면보다 익는 속도가 빠른 것 같다.
레드와인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
맛은 있는데 한국인은 저 한 그릇 다 못 먹는다.
꼬닉숑이라도 있으면 좀 더 먹을 텐데… 점심에다가 간식까지 먹고 나와서 배가 생각보다 많이 고프지 않았다.
저녁 먹은 시간이 6시니 이르게 먹긴 했다.
남은 걸 또 박스에 싸왔다. 와인도 남았다.
공간이 너무 좁고 사장 쿨내가 너무 진동해서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은 많이 걸어서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면서,
사실 한편으로는 바에 가서 놀까 vs 숙소에서 놀까 고민을 조금 하긴 했다.
(할로윈과 생일이 겹쳐서 뭔가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흥쟁이와 조용히 놀고 싶은 얌전이가 충돌)
옛날 같았으면 고민도 않고 바로 바에 갔을 텐데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다.
가는 길에 MONOPRIX에 들러서 잠봉 크뤼랑 안주거리, 필요한 걸 사들고 숙소로 다시 킥보드를 타고 돌아가니 라임 60분 패스를 거의 다 채웠다.
에어비앤비 숙소가 뷰포트 바로 다다음 골목에 있었는데 같은 거리에 바도 여러 개 있어서 바깥에 사람들이 노는 소리가 들렸다.
프랑스에서는 할로윈데이를 안 챙기는 편인데 (아메리칸이라며 절레 절레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음)
그보다도 11월 1일이 휴일이어서 밤까지 노는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사람들 소리를 안주 삼아서 바깥 구경도 하고 드라마 보면서 혼자서 레드와인이며 쿠바니스토랑 늦게까지 재밌게 놀았다.
다음날 니스 갈 준비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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